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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덕질: 그 외

영감~

삐삐밥줄 2018. 8. 9. 10:21
왜 불러~

영감님이 찾아왔다.
소비만 하는 나 같은 사람 말고, 무에서 유를 뽑아내는 창작자들에게만 가끔 벼락처럼 찾아온다는 영감이 이런 걸까? 평생 소설이라고는 써본 적도 없는데 어제 갑자기 뭐에 꽂힌 것처럼 도입부에서부터 간단한 세계관 설정, 개략적인 결말까지 16페이지를 내리 작성했다.
2016년 경 동일 소재로 뭔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논술 최저 글자수 제한 넘기는 게 대입 최대 난관이었던 내게는 시작부터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세계고 뭐고 없이 '주인공이 ~~한 상황에 처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핸드폰에 남겼던 메모라서 어느 순간 날려먹었고, 그대로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어제 저녁, 갑자기 뭔가가 마구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지금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무슨 신내림인 줄ㅋㅋㅋ
처음엔 도입부만 떠올라서 빠르게 도입부를 써내려갔다. 이전에 쓰고자 했던 것의 심화판 같은 거였다. 5~6줄에 불과했던 단순한 상황설정이 인물 등장과 시공간적 배경 제시 등을 포함한 보다 상세한 틀과 주요 장면 몇 가지로 변했다. 게다가 쓰기 시작하니까 그제서야 그 다음에 뭘 해야할지 보이더라.(확실히 무슨 일이든 일단 시작을 해야 한다ㅋㅋ) 도입부 뿐이긴 했지만 사건 발단을 쓰다보니 기본적 세계관과 그 헛점이 보이고, 쓰다보니 추가할 게 하나씩 떠올라서 도입부 4페이지를 주르륵 쓰고 거기서부터 세계관을 잡아가며 3페이지를 더 채웠다.
도입부 작성을 끝낸 뒤 세계관 정리를 시작했고, 세계관과 사건 배경 등의 개략적인 설정을 잡고 나니(지금 생각하니 주요인물 설정이 없다. 주인공은 세부 설정까지 잡았는데 사건 관련 인물은 배경 관련해서 동기만 제시하고 성격 같은 걸 안 잡음. 이렇게 갔으면 언젠가 또 설정과 이야기가 충돌 나지 않았을까)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결말을 생각해봤다. 얼마 걸리지 않아 몇 가지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빈약한 상상력에도 세계관이 나온 후라 그런지 쉽게 결말이 나오더라.
기본적인 이야기가 클리셰의 현대화라서 세계에 대한 기초 지식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게 도움이 됐다. 톨킨처럼 1부터 시작해야 했으면 이조차도 어려웠을지도 모른다ㅋㅋ 그런 거야 말로 천재들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ㅋㅋ 나는 기본 세계 기반을 이 곳에 두고 살을 덧붙여 세계를 확장했다.
내용에 현실과 클리셰라는 요소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세계 묘사를 현실 관련된 부분에서 줄일 수 있고 클리셰 요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심소재가 온전히 새로운 개념이라면 모든 것 하나하나를 글만으로도 상상 가능할 정도로 세세하게 그려야 할 텐데 클리셰를 씀으로써 그 외의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새로 만들어내면 되니 지루한 과정 다 떼고 흥미로운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쓰는 과정도 존잼...
내 취향의 내가 보고 싶은 소설을 쓴 거라 벌써부터 대존잼... 왜 2차 창작이 흥하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소비러일 때는 왜 이렇게 만들어대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좋기만 했는데 만들어보니 알겠다. 남의 것에서 내 취향에 맞는 작품 찾아 읽는 것보다 직접 내 취향 맞춤으로 만드는 게 더 쉽고 좋네 ㅋㅋ
그러고보니 처음 이 소재로 쓰려고 했던 것도 읽고 싶은 소재인데 써주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있을 만한 소재인데 왜 아무도 안 써주나요ㅠㅠ
결말 선택지가 굿/노멀/배드 루트로 나왔을 땐 게임하던 깜냥이 어디 안 갔다 싶었다. 삼지로 나오다니 ㅋㅋㅋ 결말을 만들면서 내 취향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도 있었다. 노멀 루트도 현실적으로 완전히 사건 영향에서 벗어나진 못하더라. 조금 염세적으로 그리는 게 내 취향인가 보다.
써서 읽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전개, 위기, 절정 중에서 일부나 전부의 얼개를 뽑아내고 나면 도입부부터 다시 써내려갈 생각이다. 어젠 쓰면서 즉석에서 세계관도 만들어가다 보니 세계관 충돌난 거 바로 잡고 용어 설정도 만져야했다. 그래서 약간 세계관과 안 맞는 부분도 있고, 떠오르는 대로 바로바로 쓰느라 생략한 부분도 많다. 채우면 채울 수록 더 존잼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ㅋㅋ 내가 읽고 싶은 걸 읽기 위한 자체 소비용이라 솔직히 위기는 필요하지도 않다. 절정 결말 쓰고 대만족해서 마무리할지도 ㅋㅋㅋ


...
카페인 뽕이 영감 소환 능력이 있나?!!!
텀블러 사고 받은 카누 100포를 처리할 길이 없어서 우유 8~900 정도에 카누 4포와 흑당을 타고 얼음을 띄워 마셨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도 설탕과 우유의 힘에 기대서 더위사냥 깔끔한 버전을 만든다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잔(400) 마실 때 쯤부터 배탈의 전조를 느끼면서 역시 커피는 나와 안 맞는다는 생각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벼락이 카페인이 때린 벼락인가?!








































+ 기존 소설에서 못 찾은 건 소설을 읽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판타지 트렌드가 이상해져서 출판되는 게 하나 같이 저질이라...

소설에서까지 현실과 만나고 싶진 않은 타입이라 가짜라는 게 확연한 판타지를 많이 읽었는데, 판타지라고 있는 게, 남자 주인공이면 온 세계가 중2병에 걸려서 세계급으로 주인공 엉덩이 두들기며 염병천병을 해대고 여자 주인공이면 자기애 폭발에 하하버스에... 하하버스가 너무 싫어서 여주 소설도 지뢰밭이고, 인물이나 세계관이 중2인 건 좋지만 작가가 중2 병신인 건 싫어서 남주 소설도 똥밭이었다.
남주 소설은 주인공이 저세상루저같이 구는데 왜 모두가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죠...? 누가 봐도 루저인 주인공이 입으로만 같잖은 정론(작가 뇌에서만 정론) 나불대는데 왜 다들 납득해서 교화(?)돼요...? 결국 작가가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하는 게 너무 보여서 소름 끼쳐 못 읽게 되는 거다.
여주 소설도 마찬가지다. 여주 1인칭으로 이야기 끌고 가면서 여주 묘사에 '가련', '청초', '현명' 등의 말도 안 되는 어휘를 쓰는 게 말이 되냐고요... 자기애 폭발하는 인물 설정이라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면 또 몰라,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고 올곧기만 하고 눈새라 자기 평판이 높은 걸 눈치도 못 채는 하하버스 끼얹어놓고! 가련한 모습으로 일어섰다 현숙하게 대답했다라니... 으으으으 소름 끼쳐... 그렇게 그리고 싶었으면 3인칭으로 갔어야지! 하하버스 주인공이 자기에 대해 가련하고 청순하고 현숙하고 이 염병떠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 캐붕 쩔고요... 그건 이미 하하버스가 아니라 음침한 씹덕후 캐고요... 중2병이고요... 결국 남주 소설의 문제와 이어짐. 루저 특성이 선망되는 세계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 세계가 주인공인 루저를 찬양하고 선망하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는 거다.
인물이든 세계든, 그 설정을 중2로 하면 작품의 개성이 되지만... 현실적 사고방식 표방해놓고 주인공에 자기 이입하느라 캐붕, 세계관 붕괴를 일으키면 그건 그냥 소름끼치는 쓰레기라고요...ㅠㅠ 그럴거면 혼자 써서 혼자 읽든가 ㅠㅠㅠㅠ 돈 주고 그런 거 살 때 마다 그 출판사에 불 났으면 좋겠고... 작가가 중2병에 자기가 뭐라고 쓰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면 정상적인 편집자를 붙여야지 그대로 출간하는 게 말이 됨? 출판사는 대체 하는 일이 뭔지?
그래서 진흙 속의 보석처럼, 클리셰 중의 클리셰에, 심지어 8권 시리즈물인데 그 긴 작품 속에 아무 내용도 없더라도, 작붕 캐붕 없이, 작가 본인의 주인공 투사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작품을 발견하면 만족하게 되는 그런 처참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ㅠㅠㅠㅠ 내용 있고 정상 진행인 작품은 정말 손에 꼽는다. 예전엔 종이책 출간되면 절반은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지금은 쓰레기도 그냥 종이책으로 나오는지 종이책 출간된 책만 샀는데도 다 쓰레기였음 ㅠㅠ 리디에서도 책 안 산지 오래 됐고요... 그래서 지금은 국산(요즈음의 일본산 포함) 판타지는 안 사고 안 읽는다. 지금도 판타지를 읽고는 싶은데 정상적인 작품 찾아낼 방법을 모르겠어서 일반 소설(이 분야는 작가가 멀쩡한 건지 편집자나 주변인 검수가 있던 건지, 종이책 뒤지면 여전히 멀쩡한 작품 찾을 수 있음)과 비문학만 구입하게 된다.
호불호 판별 단계까지도 안 가고ㅠㅠ 그냥 멀쩡한 판타지가 읽고 싶다...
좀 더 욕심 부리면, 소장하고 싶어지는 판타지와 만나고 싶다...
옛날 무협 보면 시대적인 사상이 그래서 여캐 취급이나 주인공의 여자에 대한 사상이 구리긴 했어도 작품 내 세계가 일관적이라서 그냥 그런 세계라고 이해하고 읽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작가가 생각이 없는 건지 세계가 너무 흔들리고 구멍 뻥뻥 뚫려있고 인물들은 또 다른 세계에 살고... 세계 따로 인물들 따로... 그럴 거면 현실을 끌고 들어가지 말아주새오... 쓰레기급인 주인공을 추켜세우고 싶다면 인물 맞춤형으로 세상의 기준을 다시 세우면 되잖아ㅠㅠ 세상을 그대로 둘 거면 루저인 주인공이 뭔가 변하든 해내든 자연스러운 선망을 받게 만들어야지 왜때문에 현실 그대로 끌고 들어가놓고 뜬금없이 루저인 주인공이 정의? 왜 작품 내 세상을 망쳐오? 현실에서 루저인 자신이 있는 그대로 고평가 받고 싶은 사회부적응자의 자기 반영 같아서 너무 소름끼친다고ㅠㅠ
뭐... 루저가 선망 받는 세상을 새로 그리기엔 능력도 부족할 거고 그릴 수 있다 해도 그리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러면 스스로를 반영했을 때 선망 받을 수가 없으니까! 자신이 루저 중에서조차 특별하지 못한 걸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 흔한 루저들 중 변별되지 않는 하나라서 루저 선망 세계관을 새로 뽑았다간 그 세계관 속에서도 다른 놈이 선망 받으면 받았지 자신은 주인공이 아닐 테니까. 그래서 현실 그대로 가져다 쓰고 말도 안 되는 억지로 루저인 주인공을 띄우는 거다.
루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솔직히 주인공이 살짝 루저면 이입도 더 잘 된다. 나도 그렇고, 누구나 분야는 다르겠지만 어디선간 패배자일 테니까. 그렇지만 자기 투영하느라 소설을 쓰레기로 만들었으면 그걸 돈 받고 팔아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작가는 내가 낳은 내 새끼라 판단이 안 선다 쳐도 출판사놈들 쓰레기세요? 독자들이 자원봉사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돈 내고 고문 당해야 하는 거? 퇴고도 안 들어간 인터넷 소설은 인터넷에 머물러 있게 하세요ㅠㅠ 왜 출간하면서 손도 안 대요ㅠㅠ 양심과 프로의식은 무엇과 바꿔 드셨나요... 내용을 잡아줄 정도의 프로의식과 애정이 없다 쳐도, 훑어만 봐도 보이는 형식은 왜 안 잡아줌? 출간 작품이 라인 마다 줄바꿈 있는 거 실화? 작가도 도랐고 출판사도 도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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