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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이야기

삐삐밥줄 2012. 2. 11. 06:37
삼일간 봤다.
작가가 의도하고 각 인물과 사건들에 심어놓은 것들은 떠올리지도 않고 이야기 자체에만 푹 빠져서 봤다.
그냥 그 인물들, 특히 채도우에 빠져있었다.
등장인물이나 그 인물들의 연기, 각 인물간의 관계 등에서 무엇인가 안 맞는 게 있어 지금까지 결말을 보지 않고 손에서 놓아버린 드라마만 양손을 몇 번은 접었다 펴야할 정도로 많은데도
남자이야기는 너무 잘 만들어져있어서 사소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도(후반부에 갑자기 살짝 쳐진다든지.. 은수 행동의 이유가 가끔 이해가 안된다든지..) 놓지않고 끝까지 보게 되더라..
다른 생각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고박용하씨 얼굴에 기분이 조금 묘하긴 했다. 그건 처음부터 끝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채도우와 김강우에 집중해서 봤다
캐릭터 자체도 워낙 괜찮은 캐릭터였지만 배우의 연기가 그걸 못 받쳐줬으면 다 말아먹었을텐데 채도우는 너무 빛났다. 미친놈이었고 쓰레기같은 나쁜 새끼였는데, 그런데도 안쓰럽고 안아주고 싶고, 또 대단해보이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였다.
현실에서라면 난 그 사람을 안쓰럽게 생각하긴 커녕 잡아먹히지나 않을까 걱정했어야했겠지만, 맘 편한 소리긴 해도 방관자고 관조자니까..
안쓰럽다. 도와주고싶다.
그런 생각만 가득했다.
능력도 있고 나같은 게 도와줘야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뭔가 어떻게 해줘야할 것 같은 캐릭터였다.
이게 채도우라는 캐릭터의 매력인지 화이트칼라 XX패스의 전반적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다.
티비에 나오는 XX패스 연쇄살인사건 이야기만 봐도 여자들은 이해가 안될정도로 바보같이 쉽게, 얼마 만나보지도 않고 그 사람을 믿고, 아무데나 따라가고.. 그게 한두명이면 단순히 그 사람들이 쉽게 속는 사람들인 것이겠지만 단기간에 기본 백여명씩 당하는 걸 보면 '뭔가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싶기도 하고..
뭐 그 사람들은 화이트칼라는 아니고 블루칼라쪽에 가깝긴한데, 하여튼 그 사람들도 똑똑하니까 그런 거 아닌가.
머리가 좋으니 상대가 원하는 반응을 -너무 원하는대로라서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을 정도로 어긋나게- 던질테니 이상형일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채도우는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치곤 꽤 멀쩡했던 것 같다.
감정부분이 없는 것 같아도 살아있었다.
은수랑 엄마에 대해서는 집착뿐만이 아니라 기쁨,슬픔,불안함 다 느끼는 것 같았는데...
...
아는 게 없으니 뭐 생각해봤자 답이 안 나오긴 한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는 남이 원하는 감정적 반응따위 머리에서 못 만들어낸다는 것 같았는데 채도우는 진짜 manipulative bitch였는데... 그래서 거기 해당사항 없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어떻게 정확히 알겠느냐마는 그냥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무척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왜 시청률이 그것밖에 안 나왔을까
확실히 시청률은 드라마의 질과는 상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보다가 너무 아니라서 놓아버린 드라마들도 20퍼센트씩 나오고 그러는데
연기도 배우 비주얼도 케미스트리도 스토리도, 무엇하나 빠진 게 없는 드라마였는데도 10퍼센트도 못 나왔다는 건..
배우들도 스탶들도 무척 속상했을 것 같다.
지금 봐도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들보다 나을 정도인데 그런 드라마가 예상 외로 선전하지 못해서..
근데 뭐 인기가 없어서 드라마가 막장으로 안가고 제 갈길 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조금 인기 있으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어떻게 좌지우지해볼까 달려들게 되니까..

2를 보고싶어지는 드라마였다.
너무 아쉽다. 







ㅋㅋㅋㅋ
드라마에 집중하지 않고 채도우라는 인물에 집중해서 봐서 그런지 지금도 영 쓸데없는 부분만 생각나는데,
초중반쯤이었나? 김신(박용하)이(도재명(이필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ㅋㅋ진짜 채도우에만 집중해서 봐섴ㅋㅋㅋ) 채도우 앞에 가서 주먹을 꽉 쥐는 부분이 머리 속에 콕 박혀있다.
정확히는 채도우가 그걸 감지하고 한쪽발을 뒤로 살짝 빼고 뒷꿈치를 가볍게 드는 장면이다.
그 부분이 묘하게 멋지게 느껴져 딱 그 장면만 두세번 더 반복해서 봤다.
김강우의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에 영향있는 장면도 아닌데, 그 발만 잡히는 컷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진짜 웃기지만 내 안의 채도우캐릭터 형성에 영향을 준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
그게 뭐라고 그렇게 기억에 남았나 모르겠다 ㅋㅋㅋㅋ
그냥 이상하게 멋졌다.
현실감 있어서 그랬나?
그 인물에 더 빠지게 해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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